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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리스 완전 일주 13일 (벅찬 신화의 세계로)
작성자 김*정
작성일 2017.05.21


  혜초에서 안내한 그리스 완전 일주 13일간의 여행은 기대와는 달리 벅찬 신화의 세계로 성큼 다가가서 푹 빠져 들기 충분했다. 그리스에 대한 편견. 국가 부도 사태와 난민들의 유입으로 평범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 오류였다. 그리스인들은 친절했고, 명랑했고, 당당했다. 그들은 오랜 역사 속의 인물들 처럼 자신들의 삶을 충실히 살고 있었다. 낯선 이들과 이야기하기 좋아했고, 한국에 대한 좋은 감정과 훌륭한 나라라고 말하곤 했다. 호텔에서 만난 직원은 당신네 나라에서 미국으로 미사일을 쐈다고 걱정하는 모습을 보고 웃기만 할 수는 없는 안타까움도 겪었다. 그들에게 남한과 북한의 차이는 별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그저 코리아면 족했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그리스라는 나라의 정체성에 대한 혼돈과 마찬가지였다.

  혜초에서 선정한 현지 가이드 김경자씨는 그리스 시민권을 가진 한국인 여성이었다. 그리스 신화와 역사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즐거운 상상의 세계로 우리를 이끌었다. 여행의 순서도 시대 순으로 잘 배열되어 현지의 유적과 박물관 견학, 보충 설명 등으로 한꺼번에 로마가 등장하기 전까지의 유럽의 세계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가이드는 신화의 이야기를 인간의 이야기로 끌어내려 신들의 사랑과 미움, 분노, 저주, 복수를 현실의 이야기로 재생시켰다. 그랬다. 문학의 근원이 신화였음을 새삼 확인하는 일정이었다. 아들에 의해 목숨을 잃게 된다는 신탁을 피하기 위해 아들을 죽음으로 이끌었던 탄탈로스의 이야기, 태양을 향해 나가다 죽음에 이른 이카루스, 제우스의 바람기에 분노하는 헤라, 태양의 신 아폴론, 프로메테우스, 고대 올림픽 경기장에서 반칙한 경기자들의 기록 - 이는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명백한 경고가 된다.  마침내 아가멤논의 전쟁 - 트로이, 그리고 죽음, 그의 황금 가면에 이르러 우리는 신화는 여전히 살아 있는 우리들 주변의 이야기임을 실감하게 되었다. 로도스 섬에서의 기사단이 참전한 전쟁이야기, 레판토 해전의 이야기, 예기치 않게 만난 돈키호테의 작가 세르반테스, 게다가 카잔차키스의 문학관과 무덤을 방문하면서 느낀 현대 문학에서의 그리스인들의 위대한 업적. 우리는 여행을 통한 인문학의 늪에 빠졌고, 문화의 샘에서 충분히 목을 축였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박물관에서 발견한 숱한 도자기에 새겨진 문양과 디자인. 현대미술에서도 얼마든지 통할 수 있는 기가 막힌 욕망. 그리스는 여행자인 우리를 충격에 빠지게 했다.

  여행은 놀라운 충격이 전부가 아니다. 쉬고, 먹고,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의 멈춤. 호텔은 깔끔했고, 그리스 음식은 정갈했고, 그 맛은 깊었다. 더구나 틈틈히 서비스하는 현지의 맥주와 와인, 물론 혜초 인솔자 김승래님의 배려였을 것이나 즐거움을 더하게 했다. 산토리니에서 만난 백색과 청색의 조화. 골목길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인사,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미소, 여행자들은 사소한 기쁨으로도 늘 감동에 빠진다. 그런 기회를 넉넉히 제공한 그리스 13일의 여행을 기획한 혜초의 기획에 감사할 뿐이다.

  찬사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우리는 조금은 힘들었다. 긴 거리의 비행과 시차, 음식에 섞인 풍미를 위한 향신료, 그러나 이는 애당초 여행자 개인이 해결할 일이다. 목마른 입에 넉넉히 제공하는 물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다만 그 찬란하고 푸른 바다를 두고 눈으로 바라보기만 하는 일정은 조금더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 푸른 물 속에 몸을 담그고 잠깐이라도 여유를 부릴 수 있는 호사가 있었다면 여행자는 더 넉넉해질 수 있었을 것이다.

  김승래 인솔자와 김경자 현지가이드, 함께 한 모든 여행자들께 감사한다. 그들의 넓은 여유와 아량이 우리 여행자 모두를 훨씬 즐겁고 좋은 기억을 지니게 했다.

(사진은 로도스섬 린도스 성벽 앞에 심은 올리브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