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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안나푸르나 푼힐 트레킹 후기
작성자 손*환
작성일 2018.02.03


“나마스테(Namaste), 안나푸르나”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는 神들의 거처이다, 에베레스트(8,850m), K2(8,611m)등 8,000m 이상의 高山 14좌 가운데 안나푸르나 제1봉(8,091m)은 높이로는 10위지만, 가장 아름다운 산세를 자랑한다. 안나푸르나는 산스크리트어로 ‘풍요의 여신’을 뜻하는데 특히 제3봉의 남쪽 끝에 있는 마차푸차레(6,993m)는 물고기 꼬리(Fish Tail)를 닮았으며, 알프스의 마테호른(4,478m)과 더불어 세계 3대 미봉(美峰)으로 알려져 있다. 네팔인들에게는 신성한 산으로 등반이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1월 13일(토) 오후, 현지 날씨 관계로 4시간 이상 늦게 이륙한 KE695기는 6시간 넘게 날아가 카투만두 공항에 착륙하였다. 숙소인 Yak & Yeti Hotel은 5성급이라는데 시설은 기대 이하였다. Yeti는 히말라야의 신화적인 설인(雪人). 이튿날 새벽 국내선으로 갈아타는데 역시안개 때문에 연착이다. 두 시간을 기다려서 정작 30분간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고 포카라(820m) 공항에 착륙, 나야풀(1,070m)까지 버스로 2시간 이동 후 늦은 점심식사를 하였다, 다시 지프차에 분승하여 40분간 비포장 산간도로를 곡예주행 끝에 도착한 힐레(1,430m)에서 내리란다. 약 3시간 정도 걸어서 숙소인 울레리(1,960m) 롯지에 도착하였다. 저녁식사 후 맥주를 마시며 자기소개가 있었다. 초교동창인 이혜갑 교수가 손경환과 자기 부부는 신혼여행에 이어 37년 만에 다시 트레킹을 왔노라고 전격 발표하면서 꼭 회보에 올려달라고 당부까지 하였다. 이번 트레킹 멤버는 14명으로 남녀 7명씩이다. 부부 1팀, 부산에서 온 아빠와 딸 1팀, 고교 교장과 교사 1팀, “알프스에서 히말라야까지” 달려온 4인조 아줌마 1팀, 고교 동창은 박영준과 손경환이 유일한데 나이도 제일 많다. 적어도 이때까지는 해피하였다. 문제는 잠자리였다, 난방이 없는 줄은 알았지만 문짝이 안 맞아 찬바람이 스며들고, 방음도 전혀 안되는데다, 옆방사람이 돌아만 누워도 우리 침대가 흔들렸다.   다음 날 아침부터 걷기 시작해서 나아탄티(2,430m)에서 점심을 먹고 숙소가 있는 고라파니(2,860m)까지 계속 걸었다. 석양에 물든 세계 제7봉 다울라기리(8,167m)의 장엄한 모습에 일행 모두가 탄성을 질렀다. 하지만 이곳 롯지도  엉망이어서 추위에 전전 긍긍하며 뜬눈으로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새벽 4시 반경 마늘 스프를 들이키고 푼힐 전망대(3,210m)에서 일출을 보기위해 두터운 방한복으로 갈아입고, 헤드랜턴을 켜고 능선을 따라 천천히 올랐다.
   
    푼힐(Poon Hill : 푼족의 언덕)
 눈부신 안나푸르나 산군의 일출을 볼 수 있는 푼힐은 다울라기리, 닐기리, 안나푸르나 1봉, 안나푸르나 남봉(7,219m), 히운출리(6,441m), 마차푸차레 등 설산 파노라마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뷰포인트로서 최고였다. 과연 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다. 일출감상 후 하산하여, 다시 조식을 먹고 출발했다. 도중의 반탄티(3,180m) 능선도 푼힐 만큼 전망이 좋았다. 깊은 계곡과 정글을 통과하였고, 야생 닭과 원숭이 떼도 목격하면서 종일 고도를 낮추며 걸어서 츄일레(2,560m)에 도착하였다. 사흘 만에 ‘인간적인’ 롯지에 안착하여 온수 샤워도 하고, 아이스 맥주도 마셨다. 모처럼 단잠을 자고나서 트레킹 코스 중 가장 큰 마을인 촘롱(2,170m)에서 점심을 먹고 계곡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멀리 마차푸차레를 올려다보며 다시 긴 오르막을 걸어서 시누와(2,360m)에서 짐을 풀었다. 이 구간은 몽고족인 구룡족의 터전이기면서 차마고도(茶馬古道)와 겹치는데, 끝없이 펼쳐진 돌계단이 잘 가꾸어져있다, 실크로드와 함께 인류最古의 교역로였던 이 길에는 지금도 말똥이 쌓여가고 있다.   다음 날 이혜갑 교수 부부가 감기 증세로 하산을 결정하였다. 사흘 후 하산길인 지누단다(1,780m)에서 재회를 약속하고, 나머지 일행은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중간의 밤부라는 마을은 계곡 전체가 대나무 숲이었다. 도반(2,600m)을 거쳐 데우랄리(3,200m)에 도착하였는데, 방이 부족하여 처음으로 다인실에서 5명이 잠을 잤다. 마침내 제7일 아침이 밝았는데, 고산증세로 고통을 호소하는 일행이 반 이상이었다. 그러나 제일 나이 많은 박영준과 손경환은 멀쩡하였다. 아마도 늙어서 신경게통이 둔해진 탓일게다. 식욕도 왕성해서 조식으로 나온 북어국을 두 그릇씩 비웠다. 오전중에 도착한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MBC, 3,700m)에서 따사한 햇볕을 즐기며 점심식사를 하였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서 마침내 최종목적지인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4,130m)에 도착하였다. 거대한 안나푸르나의 자태를 올려다보니 코끝이 찡하였다. 그래, 우리는 해냈다. 올라온 만큼 내려가는 길도 힘들 것이다. 김형석 교수말씀처럼 60대 중반이면 꽃 중년 아닌가? 이제 천천히 하산하면서 왔던 길을 복기할 것이다. 여기까지 안내해준 현지 가이드 3명에게 감사를 드린다. 특히 항상 명랑하고 친절했던 푼힐에게 별도의 감사를 드린다.   <손경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