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제목 더 많이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많이 느끼기 위해서
작성자 최*희
작성일 2018.05.28


더 많이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많이 느끼기 위해서

 

                                                         2018. 5. 24. 7:43
 

 

왜 여행하는가
잘 정돈된 환경이 주는 안락함 속에서는
뭔가 느껴지지않기 때문이다
누가 인생 그 자체가 여행이라했지만
사실 일상을 여행처럼,
말은 근사하지만 그건 그냥 말이다
일상을 여행처럼 사는 게 안 되니까
돈 들여가며 생고생을 사서하는 거지

일상은 더 없이 보수적인 질서 속에서 돌아간다
여행처럼 미처 해석되지 않는
느닷없는 일들과 계속 부딪히는 일상, 
생각하기만해도 피곤하다
일상은 자기가 가꾼 세상
자기 해석이 끝난 상태의 세상
그래서 혼란스러움을 최소화시킨 편안함이다
상처 입은 짐승은 그 편안함 속에서 자기를 치유한다
하지만 때가 되면 그 편안함도 각질이 된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스타일이 다 다르다
여행지에서 끝없이 비교하는 스타일이 있다
이런 스타일은 아는 게 너무 많아서 계속 부딪힌다 " 어느 곳에서는 이랬는데 여긴 왜 이렇냐 , 이래야 마땅한 게 아니냐" 늘 불만이다
불편함,  미처 해석되지 않는 질서에 짖눌려 웃지않는다.  그런 부류의  사람하고는 며칠 같이 다니다가 저절로 멀어진다. 자기 불행의 책임을 바깥에다, 말로 풀려고 한다.  피곤한 스타일이다
반면 불편을 창조의 재료로 여기며 웃으며 다루는 사람도 만난다. 둘러봐서 달리 여지가 없을 때는 받아들이는 게 현명하지. 그사람이 그 상황을 넘기는 법은 대강 이렇다
'여긴 내집도 아니고 여기서 영원히 살 거 아니고 어차피 시간되면 떠날거니까'

나도 한때는 일상탈출! 쾌재를 부르며
여행을 떠났지만 며칠 못가 그 불편함이 힘들었다
음식이 입에 안 맞고
잘 못 싸고
잘 못 잤다
함께 간 일행들의 꼴불견들이 날이 갈수록
디테일해져서 그게 또 너무 힘들었다
여행은 그런 와중에도 기간은 채워야했기에
여행하고 돌아오면 여독이 꽉차
몸과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왜 그런가
한마디로 아는 게 너무 많아서다
머리가 너무 비대해져서 기형이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다고?  그건 그냥 내가 속한 곳에서 그것도 '영원히'가 아니라 일시적으로 구성된 '앎'에 지나지 않는다

여행 중 만나는 풍경,  낯선 사람을 섣불리 재단하지 말 것.  가장 큰 이유는 그러면 재미없어지기 때문이다
풍경과 사람을 그 자체로 느낀다
속으로 궁글린다
달콤한 사탕을 부셔먹지않고 살살 녹여먹듯이 ?
어쩌면 여행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은 굳어진 '골을 때리는' 일들이 아닐까

이 화장실은 그래도 중급 정도는 된다. 샤워하면 변기청소도 저절로 되는 희안한 구조. 더럽기로 치자면 티벳 국경지대 지롱거우로 오던 중 해발5200고지에 있던 화장실.  말이 화장실이지 국제 휴지들이 오물과 버무리된, 그 뭔 말로 표현해야할까ㆍ

어제 티벳과 네팔을 잇는 우정공로를 달려왔다
지진으로 망가진 길을 그나마 복구한게 그 정도, 마주 오는 차와 교행할 때 길이 좁아 옆눈으로 보면 절벽이다. 계속 '옴마니반메훔' 을 읊조리며 단주를 돌려야했다
와중에 너무도 태연한 운전수,  오줌누러 갔다 오며 산딸기라며 내민다

별 것 아닌 것,  별  일 아닌 일이 감추고 있는 '별 것'을 느끼기 위해 나는 여행한다
그러고보면 인생이 여행이라는 말은 참 그럴듯하다
끝이 정해져있고 좋든 싫든 낯선 그 무엇들과 동행해야한다는 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