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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여행기] 네팔 히말라야 다울라기리 서키트 트레킹
작성일 2016.11.09

네팔 히말라야 다울라기리 서키트 트레킹

 

지난 10월 1일부터 15일간 오랜 염원이던 다울라기리 히말라야를 다녀왔습니다.

다울라기리 히말라야를 일주하는 서키트 트레킹은 계곡에 물이 넘치고 산은 바람이 강해 오르기 힘들어 네팔의 많은 트레킹 코스 중에서 어려움과 위험성이 매우 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혜초여행은 아직 오지로 남아있는 이곳을 “석채언 대표이사와 함께하는 다울라기리 서키트 트레킹” 이라는 기획 프로그램으로 산을 사랑하는 9명과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했습니다.

 

카트만두에 도착하여 사전에 답사를 보냈던 셀파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다르방에서 무디까지 가는 도로가 폭우로 인해 일부 유실되어 차를 이용하지 않고 다른 길로 걸어가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다행히 걸어가는 길은 찻길이 생기기전의 원래 트레킹 코스였으며 하루를 더 걷는 길이지만 참가자 모두 걷는 것을 좋아하기에 오히려 잘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다울라기리 서키트 지역은 롯지가 없거나 또는 숙소가 없는 롯지뿐이라 모든 일정은 텐트 숙박을 했습니다.

 

다르방-카방-바가라-바이저-도반-살라가리-이탈리안 베이스캠프까지 6일간의 트레킹은 해발 1,100m부터 시작되어 3,660m까지 표고는 약 2,500m 구간이며 대체적으로 계곡을 따라 오르게 되는데 특히 이 지역은 수량이 풍부하여 많은 폭포들이 줄지어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중 약 1,500m 로 추정되는 한 폭포는 구름에 가려진 산정에서 시작되어 마치 하늘의 구름 속에서부터 층층이 깊은 계곡까지 떨어지는 신비한 자태를 연출해 모두의 탄성을 자아냈습니다. 또 우거진 원시림과 이름 모를 화사한 야생화 군락을 지날 때에는 금방이라도 요정이 방긋 웃으며 나타날 것 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계곡에는 폭우로 인해 탁한 급류가 무섭게 흐르고 곳곳에 길이 무너져 조심스럽게 절개지를 지나야 했으며 오후시간부터 새벽까지 매일 내리는 비로 정글지역을 지날 때에는 거머리의 습격을 피해야 하는 괴로움도 있었지만, 전기조차 없는 오래된 산간마을과 원시림 속의 한적한 히말라야 산길은 원초의 트레킹을 느낄 수 있어 즐거움이 더했습니다.

 

트레킹 6일째 가랑비와 함께 짙은 안개 속을 걸어 몽환적 느낌의 이탈리안 베이스캠프에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이곳부터는 고유의 지명이 없는지 등반대의 국가 명으로 불리웁니다. 오래된 롯지가 있긴 하지만 숙박은 되지 않았고 대신 넓은 캠핑 사이트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안 베이스캠프 우측으로는 다울라기리 1봉의 끝자락이 수직의 벽으로 솟아있었고, 좌측으로는 다울라기리 3봉 4봉 5봉이 아름답게 이어져 있으며 연봉 아래로는 역시 멋진 폭포 두 줄기가 길게 계곡 아래로 천천히 내려오고 있습니다.

 

이곳부터 다울라기리 빙하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다울리기리 고봉들 사이에 깊게 패여져 있는 악명 높은 거대한 빙하는 시작부터 위협적으로 압도하였지만 우리 10명과 고용인 35명은 파이팅을 외쳤습니다. 모처럼 맑은 날씨에 좋은 컨디션으로 이탈리안 B.C를 출발하여 1봉 하단으로 쏟아진 눈사태 지역을 우회하여 빙하로 내려섰습니다. 눈사태와 낙석지역과 같은 위험지역은 빨리 지나야하기에 서두르던 중 헬기 한 대가 요란스럽게 협곡 속으로 들어갑니다. 잠시 후 스위스 캠프에서 만난 하산중인 셀파들은 그 헬기는 오늘 우리의 목적지인 재패니스 캠프에서 고소증으로 조난당한 트레커들을 구하는 중이라 하여 우리는 긴장하였습니다. 스위스 캠프를 지나서는 체코 국적의 트레커 3명이 역시 고소증으로 구조 헬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직 4,000m도 안되는 높이인데 왜 고소증이 심해 졌는지 궁금했지만 남의 걱정보다 우리 앞길을 더 걱정해야 했습니다. 무척 차갑고 사나운 급류를 건너야 했고 빙하 특유의 끝없는 돌길은 자칫 길을 잃어버리기 십상이었을 뿐만 아니라 협곡 양쪽에서는 언제 떨어질지 알 수 없는 산사태를 우려해야 했습니다.

3,890m의 재패니스 베이스캠프는 협소하고 울퉁불퉁한 돌무더기로 빙하의 중앙에 위치하였습니다. 북한산 인수봉 야영장은 호텔로 생각될 정도로 비좁고 불편했지만 그나마 독수리 둥지와 같은 작은 공간이 있어 텐트 10개 다이닝 텐트 2개 화장실 텐트 1개를 겨우 설치했습니다. 이튿날도 지루하고 힘든 빙하를 계속 걸어야 했고 다울라기리 베이스캠프에 도착할 무렵에는 크게 벌어진 크레바스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갈라진 크레바스 사이로 한나절 동안 겨우 길을 찾아 걸어야 했지만 그나마 멀리 다울라기리 2봉을 오르는 등반대를 볼 수 있어 행운이었습니다. 다울라기리 베이스캠프는 약 5일전에 등반대들이 철수하여 텐트 칠 공간이 확보되었습니다. 이곳 역시 캠프장소가 협소하여 등반대 또는 트레킹 팀과 겹치게 되면 매우 곤란할 처지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밤 늦게부터 소리 없이 눈이 내리기 시작하여 아침까지 약 20cm 가량 내렸습니다. 걱정은 되었지만 이제는 앞으로 전진하는 것이 후퇴하는 것보다 안전하고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을 했습니다. 다행히 바람은 거의 불지 않았고 크레바스 지역도 이제는 끝이 나고 프랜치 패스를 향해 오르는 설사면이어서 길을 잃을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다울라기리 서키트에서 가장 높은 5,360m의 프랜치 패스는 역시 오르기 힘이 듭니다. 빙하의 끝에서부터 시작되는 오르막 설사면을 바람에 견뎌가며 5시간가량 쉼 없이 올라야 드디어 하늘과 맞닿은 프랜치 패스에 도달합니다. 다울라기리 1봉의 끝자락인 프랜치 패스는 힘들고 위험한 다울라기리 대빙하를 완전히 벗어나는 지점입니다. 바람은 당연한 듯이 강하게 몰아치고 있어 주변의 멋진 풍광을 감상하는 여유도 주어지지 않았고 프랜치 패스를 올랐다는 감격조차 누리기 전에 서둘러 히든벨리로 하산을 해야 했습니다.

 

아! 히든벨리....

히든벨리는 상상을 초월하는 큰 규모의 아름다운 공간입니다. 그저 다울라기리와 안나푸르나 사이의 협곡쯤으로 생각했으나 끝이 보이지 않고 나무 한그루 없는 황량한 평원입니다. 히든벨리에 들어서자 바람은 더욱 강하게 잠시도 쉬지 않고 휘몰아쳤습니다. 히든벨리는 바람의 땅으로 불리는 무스탕 왕국에 속합니다. 비록 무스탕 왕국의 화려한 신화는 사라졌지만 바람의 땅은 영원합니다.

공교롭게 우리는 하산 길에 생각하지 못한 복병을 만났습니다. 어제 프랜치 패스를 오르면서 포터 10명이 설맹(雪盲)에 걸렸고 그중 3명은 상태가 심각하여 본래 일정을 변경해야했습니다. 우리는 개인 짐만 챙기고 나머지는 히든벨리에 남긴 채 모레 도착 예정인 말파까지 강행군을 해야만 했습니다. 히든벨리에서 말파까지 2,500m의 표고차를 극복하고 5,000m 고도에서 능선을 따라 바람을 견뎌가며 눈길과 산길을 약 12시간 동안 산행한 끝에 오래된 도시 말파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말파는 사지에서 빠져나온 우리에게 행복한 오아시스였으며 밤 늦도록 마시는 맥주는 다울라기리 서키트 트레킹을 멋지게 마친 우리의 무용담과 함께 행복에 취하게 했습니다.

 

PS. 이후 설맹 걸린 포터는 정상으로 돌아 왔지만 우리가 히든벨리에 두고 온 장비는 이어진 폭설로 15일 후에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