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네팔 히말라야로 트레킹을 다녀왔다. 에베레스트 히말라야 지역의 트레킹은 벌써 여러 차례 하였지만 계절에 따라 그 느낌은 사뭇 다르다. 에베레스트 히말라야는 세계의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를 비롯하여 로체봉(8,414m), 초오유(8,153m) 와 6.000m~7.000m 의 보석처럼 아름다운 명산들이 셀 수 없이 펼쳐져 있다.
우리일행은 네팔의 수도인 카트만두에서 19인승 비행기를 타고 루크라(2,840m) 간이 공항에 도착했다. 에베레스트를 초등한 에드먼드 힐라리가 건립하였다는 루크라 간이 공항은 절벽 끝에 위치하고 있어, 약 10도 정도의 오르막 활주로를 이용하여 비행기가 이·착륙을 한다.
우유빛 강물이 흐른다 하여 '두드'(우유) '코시'(강)로 불리는 긴 강을 따라 고산족 셀파들의 본고장인 남체바자르(3,440m)를 향해 트레킹이 시작된다. 히말라야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두드코시는 수량이 풍부하여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힘차게 흐른다. 이 급물살 위로 여러 개의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모두 나무를 엮어 만든 것이라 조심스럽게 건너야 한다.
일행이 다리를 건너고 잠시 쉬고 있을 때, 짐을 나르는 야크(고산지대에 서식하는 소)가 무게로 인해 나무다리 난간을 부러뜨리고 휘청거리다 강물에 빠졌다. 야크는 허우적거리며 빠른 속도로 떠내려갔다. 소 주인의 비명 소리와 함께 야크는 바위에 부딪치며 폭포 아래로 사라져 버렸다. 순식간의 일로 모두의 시간이 한동안 멈추어 버렸다.
첫날 일곱 시간을 걸어 남체바자르에 도착했다. 남체는 가장 큰 셀파족 마을이다. 이곳은 5일장이 열리기 때문에 남체바자르라 불린다. 이곳에선 네팔 국교인 힌두교의 풍속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집집마다 룽다와 타르쵸(불교 경전을 인쇄한 천)가 나부끼는 풍광은 티벳 불교 일색이다.
일행들은 독특한 셀파족의 문화와 삶을 보느라 분주해졌다. 조금 전 찰나에 피안의 세계로 사라져버린 야크 때문에 가라앉았던 마음도 금새 여행자의 설레임으로 바뀌었다. 우리가 묵는 숙소는 롯지라고 하는 민박집이다. 이곳에서는 나무와 야크의 배설물을 연료로 음식을 만들고 차를 끓인다. 창밖에는 달빛에 아름다움이 더욱 빛나는 만년설의 히말라야가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천상의 아름다움에 감동한 우리 일행은 셀파들의 독한 술인 럭시를 연신 마실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은 아침 일찍 에베레스트 산과 주변 히말라야 연봉들의 파노라마를 한 눈에 감상 할 수 있는 남체 박물관으로 올라갔다. 남체 박물관 앞의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히말라야는 정말 장관이다. 물결치는 감동 속에 일행들은 탄성과 환호성을 지르고, 일행 중 한 비구니 스님은 문수보살을 만난 듯이 염불낭송과 오체투지례를 하신다. 뒤이어 올라온 외국인들 역시 동서양 인종의 구분 없이 아이들처럼 소리 지르며 뛰어 다닌다.
이곳에서부터 약 4킬로미터 정도는 '에베레스트 하이웨이'라 불리는 환상적인 산길이다. 바늘로 찌르면 옥빛의 물이 쏟아져 내릴 것 같은 하늘과 뾰죽한 설산들의 사열을 받으며 걷는 기분은 유명한 시인이라도 표현하기 어려울 듯싶다. 하이웨이가 끝나는 지점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롯지가 있다.
롯지의 앞마당은 에베레스트 산은 물론 히말라야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아마다블암(6,856m) 봉이 있다. 어머니의 목걸이라는 뜻의 이 산은 빼어나게 아름다워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저절로 탄성을 자아낸다. 언제나 친절한 롯지 주인이 가져온 시원한 맥주는 히말라야를 마시는 느낌이다.
대부분의 트레커는 이곳에서 풍키뎅카라는 계곡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다시 오르막길로 힘들게 올라서 탕보체라는 마을까지 간다. 이 코스는 약 5시간이 넘는 힘든 길이며, 주변의 경관을 전혀 볼 수 없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내가 새롭게 개발한 코스는 하이웨이가 끝나는 지점에서 윗길로 올라간다. 40분 정도 완만한 경사를 오르면 쿰중(khumjung 3,780m)이라는 오래된 셀파족 마을이 나온다. 남체에 이어 두 번째 큰 셀파족의 전통 마을인데, 아직까지도 오래된 풍속과 종교가 지켜지고 있는 몇 안 되는 큰 마을이다. 남체의 개발과 외지인들의 발걸음으로 인해 지금은 원래의 모습이 보존된 셀파 마을을 찾기 어렵지만, 이곳 쿰중에서는 셀파의 전통 가옥과 생활상을 그대로 볼 수 있으며 소박한 마을 사람들과 어울릴 수도 있다.
쿰중에서 다시 서쪽으로 작은 길을 따라 걷다보면 다시 아름다운 자태의 아마다블암이 껴 앉을 듯 가까이 보인다. 오늘의 숙소인 샹보체(shyangboche 3,720m) 까지는 2시간이면 되지만 모두들 히말라야를 감상하면서 걷다보니 어둑해질 무렵에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