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동서양의 문명이 맞닿은 거대한 무대, 실크로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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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윤*정 |
| 작성일 | 2025.11.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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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문화역사탐방 1사업부 윤효정입니다.
지난 10월 17일부터 25일까지, 저는 8박 9일 동안 서역기행의 시작을 여는 실크로드 1편을 따라 중국 비단길의 주요 도시들을 여행하고 돌아왔습니다.
이번 여정은 수천 년 동안 동서 문명이 오가던 실크로드를 따라, 중국 대륙의 중심에서 서역까지 이어지는 길을 직접 걸어본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비단과 향신료, 불교와 예술이 흘렀던 그 길 위에서, 과거와 현재가 맞닿는 순간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고대 상인과 순례자들이 넘었던 사막과 설산, 오아시스 도시들을 차례로 방문하며, 실크로드가 단순한 교역로가 아니라 문명과 교류의 길이었음을 다시금 실감했습니다.
▶ 실크로드 1편 여행 지도
1. 천수(天水)
절벽 위에 새겨진 불교 예술의 보고
감숙성 동남부의 천수는 서주(西周) 시대부터 사람이 살아온 유서 깊은 도시로, 불교 석굴 예술이 가장 아름답게 남아 있는 지역 중 하나입니다.
▶ 맥적산 석굴
‘보릿단을 쌓은 듯한 산’이라는 뜻의 이름처럼, 붉은 절벽 위에 수백 개의 석굴이 촘촘히 새겨져 있습니다.
북위(北魏)부터 원대(元代)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의 불상과 벽화가 남아 있으며, 절벽을 따라 지어진 목조 회랑과 절벽길의 독특한 구조가 인상적입니다.
직접 걸어 올라 절벽 끝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장대한 예술과 자연의 조화를 동시에 느끼게 했습니다.
2. 영정(永靖)
황하와 석림이 어우러진 신비의 협곡
황하 상류의 영정은 물과 바위가 어우러진 대자연의 예술품 같은 도시입니다. 이곳에서는 강과 산, 불교문화가 함께 녹아 있는 이색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 황하석림
황하의 침식 작용이 수천만 년에 걸쳐 빚어낸 협곡 지형으로, 100미터가 넘는 바위 절벽들이 숲처럼 줄지어 서 있습니다.
유람선을 타고 황하를 따라 협곡 사이를 지나면, 강물 위로 솟은 기암괴석들이 장대한 스케일로 펼쳐집니다.
▶ 병령사 석굴
황하 절벽 위에 자리한 병령사 석굴은 유람선을 타고 강을 따라 이동해야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내부에는 위진남북조 시대의 불상이 남아 있으며, 특히 높이 27미터의 거대한 좌불은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했습니다.
황하 물길 위로 드러난 절벽의 석굴 풍경은 경이로울 만큼 장엄했습니다.
3. 난주 → 가욕관
실크로드 서쪽을 향해 열린 첫 관문
난주에서 고속열차를 타고 약 4시간 25분 동안 서쪽으로 이동했습니다.
창밖 풍경은 점차 건조한 대지로 바뀌었고, 그 변화만으로도 실크로드의 길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욕관에 도착하니, 드디어 서역의 관문 앞에 서 있다는 실감이 들었습니다.
4. 가욕관
하늘이 만든 관문, 실크로드의 요새
가욕관은 명나라 시기 만리장성의 서쪽 끝에 세워진 요새로, 실크로드의 중요한 전략적 관문이었습니다.
사막과 산맥 사이의 좁은 협곡에 자리해 천연의 방어 지형을 이뤘기 때문에 예로부터 ‘하늘이 만든 관문(天下第一雄?)’이라 불립니다.
동쪽의 산해관과 함께 ‘중국의 문’이라 일컬어지며, 오랜 세월 동안 동서 교역과 국경 방어의 핵심 거점으로 기능했습니다.
▶ 가욕관 성루
명나라 홍무 5년(1372년)에 세워진 가욕관의 중심 누각으로, 삼중 성벽 구조의 요새 한가운데에 위치합니다.
성루 위에 오르면 광활한 사막과 멀리 이어지는 장성이 한눈에 들어오며, 그 웅대한 풍경 속에서 실크로드의 스케일과 옛 문명의 숨결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5. 돈황(敦煌)
사막 속 오아시스 문명, 불교 예술의 꽃
사막 한가운데 자리한 돈황은 실크로드를 오가던 상인과 승려들이 남긴 유산이 풍부한 오아시스 도시입니다.
동서 문명이 교차하며 불교 예술이 절정에 이르렀던 곳이기도 합니다.
▶ 명사산
바람에 따라 모래가 울리는 듯한 소리를 낸다고 해서 ‘울음모래산’이라 불립니다.
황금빛 사구 위를 낙타를 타고 넘으며 바라본 사막의 풍경은 장엄하고도 환상적이었습니다.
▶ 월아천
초승달 모양의 맑은 샘으로, 2,000년 동안 사막 속에서도 마르지 않고 맑은 물을 간직해온 신비의 오아시스입니다.
명사산과 함께 어우러진 풍경이 마치 신기루처럼 아름다웠습니다.
▶막고굴(莫高窟)
4세기부터 14세기까지 천 년 동안 조성된 735개의 석굴에는 2,400여 점의 불상과 방대한 벽화가 남아 있습니다.
전문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내부를 관람하며, 해설사가 비춘 조명 아래 벽화와 불상이 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천 년의 시간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습니다.
6. 유원 -> 선선
사막을 가르는 기차
돈황을 떠나 고속열차에 올라 신강 지역으로 향했습니다.
기차의 잔잔한 흔들림 속에서 사막을 통과하고 있다는 느낌이 고요하게 다가왔습니다.
선선역에 도착하니 도시와 사막이 맞닿은 풍경이 첫인사처럼 맞아주었습니다.
7. 선선
도심과 사막이 맞닿은 곳
신강성 동쪽 끝자락의 선선은 도시와 사막이 공존하는 독특한 지역으로, 걸음을 옮기면 곧바로 광활한 모래 언덕이 펼쳐집니다.
▶ 쿠무타크 사막
도심 바로 옆에 펼쳐진 사막으로, ‘모래 언덕의 바다’라 불립니다.
새벽녘 붉은 해가 모래 언덕 위로 떠오르는 광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고, 사막 지프 질주 체험을 통해 광활한 대지의 스릴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8. 투루판
열사의 땅, 실크로드의 중심 오아시스
해수면보다 150미터 낮은 분지에 자리한 투루판은 중국에서 가장 뜨겁고 건조한 지역입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 오아시스로 번영하며 교역과 문화의 중심 역할을 했습니다.
▶ 화염산
투루판을 대표하는 명소로, 붉은 사암층이 햇빛을 받아 마치 불길처럼 타오르는 듯 보이는 곳입니다.
여름에는 지표 온도가 70도를 넘길 만큼 뜨거워 ‘불의 산’이라 불리며, 『서유기』 속 손오공이 지나갔다고 전해져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 베제클리크 천불동
‘천 개의 부처가 있는 동굴’이라 불리는 이곳은 한때 당나라 시대 벽화 예술의 정수를 보여주던 불교 석굴군이었습니다.
그러나 20세기 초 서양 탐험가들의 도굴과 세월의 풍화로 대부분 훼손되어, 현재는 일부 벽화만이 그 자취를 남기고 있습니다.
남은 벽화 속에서도 중앙아시아와 인도의 문화가 어우러진 흔적을 엿볼 수 있습니다.
▶ 고창고성
약 2,000년 전 왕국의 수도였던 고대 도시의 유적으로, 실크로드 오아시스 문명의 중심지였습니다.
불교와 조로아스터교, 기독교가 함께 공존했던 국제 도시로, 그 개방성과 번영을 짐작하게 합니다.
지금은 흙벽만이 남았지만, 그 위에 남은 세월의 흔적이 고대 문명의 숨결을 전해줍니다.
▶ 카레즈 수리시설
사막 속에서도 물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고안된 지하 수로 시스템으로, 수천 년 동안 오아시스 문명을 지탱해온 위대한 생명의 기술입니다.
산기슭의 지하수를 이어 만든 수로가 지금도 일부 남아 있으며, 그 정교한 구조를 통해 고대인들의 지혜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9. 우루무치
천산 아래의 다문화 도시
이번 실크로드 1편의 마지막 목적지 우루무치는 신강위구르자치구의 수도이자, 세계에서 바다로부터 가장 먼 내륙 도시입니다.
다양한 민족이 공존하며, 동서 문화가 교차하는 역동적인 도시로 실크로드 여정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손색이 없었습니다.
▶ 신강위구르박물관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출토된 천 년 전의 미라와 복식, 생활 유물들을 통해 신강의 다민족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전시를 둘러보는 동안, 고대 실크로드의 숨결이 시간의 장막을 넘어 생생히 전해졌습니다.
▶ 천산천지(天山天池)
해발 1,980미터 고도에 자리한 빙하호수로, ‘하늘의 연못’이라 불립니다.
설산이 둘러싼 호수 위를 유람선으로 지나며 바라본 풍경은 현실을 잊게 할 만큼 고요하고 신비로웠습니다.
10. 서안(西安)
실크로드의 출발점, 천년의 고도
서안은 진(秦)나라에서 당(唐)나라까지 13개 왕조가 수도로 삼았던 도시로, 중국 고대사의 중심지이자 실크로드의 동쪽 관문입니다.
고대 중국의 찬란한 문명이 이곳에서 시작되어 서쪽으로 뻗어나갔습니다.
▶ 진시황 병마용
기원전 3세기, 진시황이 자신의 무덤을 지키기 위해 제작한 병사와 말, 전차들은 모두 실물 크기로 정렬되어 있습니다.
각 병사의 표정과 복장이 달라 당시의 장인정신이 고스란히 느껴졌으며, 실제 전장에 선 듯한 생동감이 압도적이었습니다.
▶ 대당불야성
‘불이 꺼지지 않는 당나라의 도시’라는 뜻으로, 당대 수도 장안의 화려한 밤을 현대적으로 재현한 서안의 대표 야경 명소입니다.
화려한 조명과 음악 분수, 거리 공연이 어우러져 서안의 밤을 더욱 빛나게 합니다.
▶ 대안탑
삼장법사(현장스님)가 인도에서 가져온 불경을 보관하기 위해 세운 탑으로, 당대 불교문화의 중심을 상징합니다.
외관만으로도 장중함이 느껴지고, 고대 수도의 품격이 전해졌습니다.
여행을 마치며
이번 9일간의 실크로드 여정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인류 문명이 교차하던 길 위에서 시간을 거슬러 오른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사막의 바람과 오아시스의 숨결, 그리고 세월을 견뎌온 석굴과 성벽이 들려준 이야기가 아직도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실크로드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길은 더 서쪽으로, 또 다른 문명과 풍경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다음 여정이 어떤 장면으로 펼쳐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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