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였는지는 모르지만 경제적으로는 최빈국이나 행복 지수 세계 1위인 국가가 부탄이라는 얘기를 듣고 막연히 동경해 왔던 나라를 이번에 혜초를 통해서 다녀왔다.
부탄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탁상 사원은 왕복 5-6시간이 걸리고 대부분의 여행지가 해발 2500m가 넘는곳이라 70이 넘은 나이로 가능할지 몰라 사전에 담당자와 통화하니 70대 후반이신 분이 몇 분이나 계신다고 해서 용기를 냈다.
부탄 여행의 주제는 행복이다. 11일 간의 여행으로
그 본질을 알 수는 없지만 불교를 바탕으로한 정신과 생활과의 일체가 그 핵심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방콕에서 새벽 5시 반에 유일한 항공편인 부탄국영항공사, 드록항공으로 출발하여 7시 반에 도착한 부탄의 유일한 관문인 파로를 도착할 때부터 다시 파로를 나올 때까지 부탄은 완벽한 하나였다. 건물, 사원, 관공서, 사람, 의상, 표정, 색상... 무엇하나 안정감을 흐트리는 것이 없었다.
우리가 이런 지역을 여행하는 목적은 문화 체험 및 힐링일 것이다. 힐링은 조용하고 아름답기만 해서는 안 된다.
안정감이 최우선이다. 말 그대로 심신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이다.
파로를 시작으로, 불과 300km이나 차량으로는 9시간 이상이 걸리는 중부의 붐탕을 국내선 항공기로 35분만에 가서 간체,푸나카, 수도인 팀푸, 다시 파로로 내려오는 여정을 여기에서 서술할 수는 없다. 히말라야 7000m 이상의 고봉 16개중 6개 봉이 부탄에 있다. 히말라야의 허리를 가로질러 내려오는 길에서 만나는 조그만 도시에 있는 사원, 산속에 있는 개인의 집조차 어떻게 저렇게 지었을지 상상이 되질 않는다.
고봉 준령 사이에 펼쳐진 포브치카 계곡의 넓은 습지 평원은 산만 바라보고 달려온 우리의 가슴을 한번에 뻥 뚫리게 한다. 그저 며칠은 바라보기만 해도 될 것 같다. 심지어 거기서의 트래킹이란... 이를 일일이 얘기하자면 너무 길어진다. 그래도 꼭 해야 하는 곳은 탁상 사원이다. 설악산 울산바위같이 산 중간에 사원이 지어졌다. 해발 3100m, 사람이 불상과 자재를 다 날랐다. 지금도 전체 인구가 80만 정도인데 몇백 년 전에는 몇십 만이나 됐을까!
신화 같은 얘기가 너무나 많다.
일행 중에 70후반인 분이 4분이나 계셨는데 2시간 이상
계속 오르막으로만 가는 길을 모든 분이 갔다.
부탄 사람들도 평생에 한번 가 보는 것이 소원인 신령한 곳이라 그런지 다음날 다리가 아프다는 분도 없었다.
우선 이런 어려운 여행을 기획해서 상품으로 만든 혜초에 감사한다. 여행 전, 몇 번의 통화로 각기 다른 직원들과 통화했는데도 대답하는 태도가 한결같았다. 질문하기도 편하고 몇 번을 통화해도 부담이 없었다. 이것은 이번 여행의 인솔자인 김홍명 과장으로 이어진다. 인솔자라기보다는 이 여행의 총괄 연출자였다. 나는 한번도 가이드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고, 항상 편안하고 조용하고 한결같은 모습. 이런 모습은 예기치 않은 변수가 생길 수 있는, 익숙하지 않은 지역을 여행하는 내내 든든한 믿음을 주었다. 억지스럽지 않고 본연이 그러한 모습인 것 처럼 자연스러웠다. 본사에서 과장의 직책을 갖고 있는 직원을 직접 인솔자로 보내는 혜초의 방침도 큰 신뢰가 가게 하는 모습이다. 앞으로 혜초의 재목이 될 것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인도에서부터 온 가이드 반티는 깊은 불교 지식으로 부탄 현지 가이드와 호흡을 맞춰 우리에게 체계적인 정보를 전달해 준다. 혜초가 인도에 구축한 현지 가이드 네트워크를 알게 해 주는 모습이다. 헤어질 땐 모두가 아쉬워 깊은 포옹을 했다.
부탄은 아직 진가가 알려지지 않은 보물이다.
불교 신자만이 가는 성지 순례가 아니라 몇십 년 전 우리의
고향을 찾아가는 여행이자 내 마음의 향수를 찾아가는 여행이다. 내 마음 깊은 곳에있는 순수를 찾아가는 여행이다.
현지 사람들의 사진을 많이 찍었다. 아이든 어른이든 보는 것만으로도 편안해진다.
도착해서부터 떠날 때까지 마음이 바뀌지 않는다.
정말 또 가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소, 말똥이 널려 있는 비포장 동네길조차 사랑스럽다. 사람 사는 곳이다.
혜초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유일하게 혜초만이 진행하는 여행이다. 여행객으로 동행하신 혜초 김회장님께는 어려운 여행을 이렇게 편안하게 누리게 해 주신 데에 대해 감사드린다.
(이런 인사 받는 걸 부담스러워하시지는 않을지 모르겠다)
끝으로 인생의 긴 여정에서 전환점에 있는 분들, 변화없는 일상에 지치신 분들, 자신을 되돌아 보며 삶의 의미를 생각해보고 싶은 분들은 꼭 한번 가 보시기를 권한다.
다시 파로의 조그만 공항에 내릴 그날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