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04
하 겔로! (Ha Gyel lo!)
부탄 사람들이 거친 산맥을 넘어 해발 고도가 가장 높은 고갯마루에 다다랐을 때, 여정을 지켜준 신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하늘을 향해 외치는 말입니다.
지난 5월, 11분의 소중한 고객님들과 함께 은둔의 왕국, 부탄의 가장 오래된 옛길인 ‘드룩패스’를 걷고 왔습니다. 해발 2,400m에서 시작해 최고 4,200m에 이르는 고지대의 순수한 원시림에서 호흡하고, 문명의 소음이 완벽히 차단된 산정호수 곁에서 잠을 청했던 9일간의 감동적인 여정을 여러분께 공유합니다.


1.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부탄이 숨겨둔 비밀의 숲
국민총행복지수(GNH)라는 개념을 세계 최초로 도입하며, 물질적인 풍요보다 마음의 평화를 전 세계에 증명해 보인 나라 부탄. 이곳으로 향하는 길은 입국부터 아주 특별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착륙하기 까다롭다는 파로(Paro) 공항에 내려서는 순간, 현대식 고층 빌딩 대신 부탄 고유의 전통 건축 양식인 ‘종(Dzong)’을 닮은 나지막하고 우아한 건물들이 여행자를 맞이합니다.
우리가 걸은 ‘드룩패스(Druk Path)’는 과거에 수도인 팀푸(Thimphu)와 서부의 중심지인 파로(Paro)를 연결하던 고대의 유일한 교역로였습니다. 지금은 매끄러운 아스팔트 도로가 뚫려 차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지만, 과거 부탄 사람들은 이 험준한 산길을 발로 직접 걸으며 물자를 나르고 서로의 안부를 전했습니다. 말 그대로 부탄의 역사와 영혼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셈입니다.
네팔이나 인도 히말라야가 거대한 만년설산의 압도적인 풍경을 자랑한다면, 부탄의 드룩패스는 ‘치유와 사색의 길’입니다. 사방이 탁 트인 거친 바위산 대신, 이곳에는 수백 년 동안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빽빽한 침엽수림과 진달래 속 야생화인 ‘랄리구라스’가 천상의 화원을 이룹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나무들이 내는 깊은 숨소리, 그리고 고갯마루마다 오색 빛깔로 펄럭이는 타르초의 물결은 걷는 것 자체만으로도 마음을 정화해 줍니다.

2. 자연의 변화 속에서 만난 뜻밖의 선물과 배려
5월의 부탄은 생명력이 넘치는 시기입니다. 전설 속의 꽃이자 부탄의 국화인 청량한 빛깔의 ‘푸른 양귀비(Blue Poppy)’가 수줍게 고개를 내밀고, 산등성이마다 야생화가 만발합니다. 다만 히말라야의 기후는 언제나 변화무쌍하여, 여정 중간중간 촉촉한 봄비가 대지를 적시기도 했습니다.
비가 내린 뒤 흙길이 다소 미끄러워졌을 때, 우리 팀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능선을 타는 가파른 길 대신 산의 품에 포근히 안겨 걷는 고즈넉한 우회 숲길을 택했습니다.
이 선택은 뜻밖의 큰 선물이 되었습니다.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의 긴장감에서 벗어나자, 마음에 한층 여유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하나된 우리의 혜초팀은 서로의 손을 잡아주고 발걸음을 맞춰가며 단 한 명의 낙오자 없이 완벽하게 컨디션을 유지하셨습니다.
안개가 자욱하게 내려앉은 이끼 낀 원시림 속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걷던 그 시간은, 거대한 조망보다 오히려 부탄의 순수한 자연을 가장 깊숙이 느끼게 해 준 최고의 순간이었습니다.

3. 밋밋함을 채우는 온기, 부탄 전통 팜스테이에서의 식사
부탄 여행을 준비할 때 많은 분이 궁금해하시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음식’입니다. 불교 교리에 따라 살생을 엄격히 금하는 부탄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고기 요리보다는 유기농 채소 위주의 담백한 채식을 즐깁니다.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기른 신선한 감자, 무, 고추가 식탁의 주인공이지요.
한국인의 입맛에는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 식단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여정 내내 정성껏 준비한 한국식 밑반찬들을 현지 요리에 곁들였습니다. 매콤달콤한 우리 반찬과 담백하고 고소한 부탄식 채소 요리가 어우러지자 식사 시간마다 감탄사가 터져 나왔습니다.
특히 여행 중 하루는 파로 밸리 인근의 진짜 부탄 가정집(팜스테이)을 방문하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화려하게 채색된 아름다운 목조 가옥에서 온 가족이 모여 사는 부탄의 문화를 눈으로 보고, 전통 화로 주변에 모여앉아 그들의 소박한 가정식을 대접받았습니다.
부탄의 국민 요리이자 매운 고추와 치즈를 졸여 만든 ‘에마 다치(Ema Datshi)’, 그리고 고소한 붉은 쌀밥(Red Rice)을 나누며 국경을 넘어선 따뜻한 정을 나누었습니다. 식사가 끝난 뒤 제공된 부탄 특산차를 마시며 나눈 미소는 패키지 여행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아주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4. 사람이 만드는 감동, 별빛 아래 속삭인 이야기
부탄 여행이 이토록 긴 여운을 남기는 이유는 바로 ‘사람’에 있습니다. 이번 트레킹을 가장 아름답게 빛내준 주역은 우리를 위해 3박 4일 동안 산길을 함께 걷고 캠프를 꾸려준 부탄의 현지 스태프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수줍음이 많지만 눈이 마주칠 때마다 세상에서 가장 선한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무거운 장비를 나르면서도 지친 기색 없이 여행자들의 안전을 살폈고, 산행이 끝나 캠프에 도착하면 따뜻하게 끓인 물과 차를 건네며 발을 피로를 녹여주었습니다. 그 성실하고 다정한 성품은 고스란히 우리 여행자들에게 전해져, 길 위에는 언제나 훈훈한 온기가 감돌았습니다.
문명의 불빛이 완벽히 차단된 히말라야의 밤, 텐트 밖으로 나오면 하늘을 가득 메운 별들이 쏟아질 듯 반짝였습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압도되는 밤하늘 아래에서, 우리는 캠프파이어 주위에 둘러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조금 어색했던 이들이 며칠 동안 같은 길을 걷고,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어느새 오랜 친구보다 더 깊은 속내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또한, 인솔자의 카메라에 담긴 여행자 한 분 한 분의 아름다운 찰나의 순간들을 사진으로 엮어 전해드릴 때 환하게 웃으시던 모습은 제게도 잊지 못할 선물이 되었습니다.

5. 에필로그: 다음 여정을 준비하는 여행자들을 위한 조언
부탄 드룩패스 트레킹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정상을 정복하는 산행이 아닙니다. 철저하게 자연과 동화되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부탄이라는 나라가 가진 고유의 정신문화를 온몸으로 흡수하는 ‘진정한 휴식의 여정’입니다.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때 묻지 않은 태고의 자연 속에서 진정한 힐링을 원하시는 분, 그리고 히말라야의 대자연과 깊이 있는 아시아의 불교 문화를 동시에 경험하고 싶은 분들에게 완벽한 선택지입니다.
가장 아름다운 시기: 야생화와 진달래가 산을 붉게 물들이는 봄(4월~5월 초), 혹은 하늘이 지극히 청명하여 저 멀리 히말라야의 만년설산 파노라마가 한눈에 들어오는 가을(9월~10월)에 떠나신다면 드룩패스의 가장 눈부신 얼굴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고갯마루에 펄럭이던 오색 타르초가 바람을 타고 온 세상의 평화를 기원하듯, 부탄의 산정에서 함께 나누었던 따뜻한 웃음과 감동이 일상으로 돌아간 모든 분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잔잔한 행복으로 머물기를 소망합니다.
소중한 인연으로 길 위에서 함께해 주신 모든 여행자분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히말라야의 푸른 하늘 아래에서, 다시 뵙기를 기다리겠습니다.
하 겔로! (Ha Gyel l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