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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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상호
- 2026-07-06
- 출발일자 2026.06.24
[차마고도 1편] 언제나 봄(春), 운남성 핵심일주 9일
중국 윈난성의 쿤밍에서 시작하여 다리, 사시, 리장, 샹그릴라로 이어지는 차마고도를 노새와 말 대신 이제는 리무진 버스와 하이킹으로 밟아보는 7박 8일간의 여정이다. 여정 곳곳에서 반겨주는 활짝 핀 부겐빌리아는 이국적인 색채를 더한다.
첫 일정은 다리 도시 전체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창산.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니 그 규모와 경관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깊은 계곡과 에메랄드빛 담수호. 신선이 잠시 자리를 뜬 듯한 대형 장기판. 현수막 같은 큰 대리석에 새겨진 문구가 눈에 띈다: “우워 자이 창산 다시아구우 덩 니” (창산 대협곡에서 너를 기다린다). 이 시적인 문구에 감탄하니 현지 가이드가 이런 문구가 요즘 유행이어서 곳곳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이와 유사한 문구가 여정 중 여러 곳에서 목격된다.
다음은 남조국과 다리국 시대의 건축물인 숭성사와 다리 삼탑. 이 시대에 9명의 왕이 출가하여 이 사찰을 크게 조성하였다고 한다. 그 9명을 모신 사당이 본당 옆에 위치한다. 숭성사는 화재와 전쟁으로 대부분 소실되어 현재 건물은 현대에 복원된 것임에 반해, 다리 삼탑은 천년 이상 강진을 여러 차례 버티며 자리하고 있다. 삼탑의 중앙에 위치한 69여 미터 높이로 우뚝 솟은 천순탑에서 당시 불교 위상을 가늠해 본다.
창산과 더불어 길게 이어진 바다와 같은 얼하이호의 앞 작은 섬인 남조풍정도는 여러모로 제주의 비양도를 연상케 한다. 남조국과의 전쟁에서 용감하게 싸우다가 전사한 당나라 장수 이밀의 동상이 그의 사당 앞에 용맹한 모습으로 서 있다. 적 장수를 오늘날에 신으로 모시고 있다니 아이러니하다.
리장으로 이동하면서 들린 사시 마을. 예전에 차마고도를 오가던 마방이 거쳐 가던 중요한 교역 중심지. 마을 여기저기서 그 흔적들이 엿보인다. 차마고도 당시의 옛 장터임을 말해주는 푯말, ‘사시차마역잔’의 숙소 문구. 차마고도를 오가던 상인들이 반드시 건넜다던 마을 입구에 위치한 위진교. 그 다리에 올라서니 물가의 풀섶에서 한가로이 노니는 염소들만이 반겨준다. 인생무상함이 스쳐 지나간다. 다리 고성과 달리 조용하면서도 옛 정취를 엿볼 수 있는 정감 있는 마을이다.
리장에서 첫 일정은 흑룡담 공원이다. 자연발생적인 호수, 다리와 누각은 조화롭게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낸다. 다리 위로 장엄하게 솟아올라야 할 옥룡설산 대신 구름만 잔뜩 끼어 있다. 아쉬움을 달래며 내일을 기약해 본다.
다음 날 첫 일정은 옥룡설산과의 만남. 설레이는 마음으로 케이블카를 타고 3,200여 미터의 운삼평에 오른다. 고산이라 약간 숨이 가프다. 주위에 산소통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몇몇 보인다. 그러나 반겨준 것은 삼나무와 풀을 뜯고 있는 야속한 야크 무리뿐. 설산은 여전히 비구름에 묻혀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다. 설산 빙하수로 만들어진 람월곡의 에메랄드빛 호수와 다랭이논 폭포로 아쉬움을 달랜다. 다음은 장예모가 공동 연출한 인상여강가무쇼. 바이족, 나시족, 이족, 장족 등 여러 소수민족의 실제 주민 480여 명이 참여하여 차마고도와 얽힌 그들의 삶을 한 편의 웅장한 서사시로 펼쳐낸다. 등에 짊어진 차 광주리를 흔들거리며 비탈길을 걸어 올라가는 여인네들. 말발굽과 북소리는 아직도 귀에 머물러 있다. 현실에서 사랑을 이룰 수 없어 ‘옥룡 제3국’으로 향하는 연인들의 애절한 가락은 머나먼 이국땅에서 온 한 이방인의 눈시울을 젖신다. 흩날리는 비는 그 애절함을 더한다. 무대의 배경이 될 설산은 여전히 짙은 비구름 속에 숨어 있다.
다음은 리장 나시족의 오랜 거주지인 옥호촌 탐방. 돌길로 이어지는 마을 여기저기를 둘러본다. 돌담 곳곳에 그려진 그들의 고유 상형문자인 동파문자가 눈에 들어온다. 문자가 정말 그림 같아 신기하고 흥미롭다. 나시족 한 집에 방문하여 그들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들여다보고 체험도 한다. 그들의 전통 옷을 입고서 우리 강강수월래처럼 손에 손을 잡고서 원을 그리는 율동도 함께한다. 흥겨운 가운데 그들과 하나가 된다. 마당 한 곳에 놓인 맷돌과 돌절구통은 우리 것과 꼭 같다. 이들과 교류한 흔적일까? 아니면 사람의 생각은 같은 것일까?
다음은 이번 여행의 백미인 히말라야 끝자락에서의 트래킹. 미니밴으로 산허리를 몇 바퀴 휘감아 돌아 올라와 해발 2,300여 미터의 산미 객잔에 이르니 옥룡설산 13호봉이 먼저 반겨준다. 봉우리는 보일 듯 말 듯하고, 구름 두 세겹으로 두른 설산은 오히려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다음 날 새벽, 닭 울음소리와 함께 숙소 테라스에 나서니 설산이 장엄하고 웅장하게 앞에 서 있다. 갑자기 숨이 멎는다. 위압감에 전율한다. 신비로움의 극치이다. 그동안 감추었던 8개의 톱니 모양 봉우리가 완전히 드러나 있고, 바로 그 아래는 하얀 구름이 두툼하게 에워싸고 있다. 구름이 천천히 움직이면서 봉우리를 드러냈다가 감추기를 반복한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모습에 탄성과 함께 셔터가 저절로 눌러진다.
아침 식사 후 출발한 중도 객잔까지의 2시간여의 트래킹. 마방들이 지나던 역사적인 차마고도를 극히 일부분이나마 직접 걸어보는 것이다. 산 능선을 따라 만든 잔도 길을 밟아 가면서 바로 옆을 보니 수천미터의 설산이 가파르게 올라서 있고, 바로 아래를 보니 깊은 계곡으로 동쪽의 장강으로 이어지는 진사강이 굽이쳐 흐른다. 그 당시에는 지금보다 폭이 훨씬 좁아서 교행이 어려우면 짐과 말을 낭떠러지 아래로 버렸다고 한다. 그만큼 죽음을 넘나든 고난의 여정이었으리라. 그들의 힘들고 고된 삶을 떠올리며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는데 발걸음은 오히려 가볍다. 설산을 올려다보니 높다란 가파른 절벽을 연이어 붙여 놓은 듯하고, 봉우리는 뽀쪽한 첨탑과 같아 인간의 접근을 절대 불허한다. 마치 신선들의 전유물이듯이. 이에 반해 우리 지리산은 얼마나 인간적인가? 깊고 웅장하면서도 어머니의 품안과 같은 포근함이 느껴지는.
다음은 산미 객잔 숙소에서 가까이 위치한 상호도협 조망. 호도협은 사냥꾼에 쫓기던 호랑이가 뛰어넘었다는 협곡이다. 에스컬레이터를 3번이나 갈아타고 내려가야 계곡 아래에 도달할 정도로 협곡은 깊다. 예전에는 걸어서 내려갔는데 1시간이나 걸렸다고 한다. 어제 트래킹 중 잔도 아래 깊이 내려다보인 진사강이 협곡 사이를 굽이쳐 흐른다. 방금이라도 뛰어넘을 듯한 호랑이상 아래에 서니 그야말로 우당탕탕 거센 물소리가 귀를 때린다. 거세게 솟구쳐 올랐다가 바로 곤두박질치면서 모든 것을 삼켜버릴 듯한 엄청난 물살들이 서로 마구잡이로 뒤엉킨다. 잠시 넋을 잃는다. 뭐라 형언할 수 없다.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나오는 ‘천지를 뒤흔드는 듯한 굉음과 거센 물결’ 표현조차도 부족하다.
다음 목적지는 해발 3,300여 미터에 위치한 상그릴라. 티베트 고원으로 들어가기 전 차마고도의 마지막 관문 도시. 마방 상인들이 이곳에서 쉬면서 말과 노새를 점검하고 식량을 보충했으리라. 그들이 여행 안전을 기도하기 위해 찾았던 작은 포탈라궁이라 불리는 송찬림사. 윈난성의 최대 티베트 불교 사원이다. 143개의 계단을 올라서니 황금빛 지붕의 대웅전이 맞이한다. 나무 계단을 밟아 꼭대기에 오르니 시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빗방울이 흩날리는데도 눈이 부시다. 지붕과 그 부속물들이 온통 황금빛이기 때문이다. 황금빛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세상을 밝힌다는 의미이면서 사원의 위상을 상징한다고 한다. 본당을 나오니 높이 20미터가 넘는 대형 황금빛 마니차가 눈에 띈다. 20여 명이 함께 돌려야 할 정도로 초대형이다. 줄을 잡아끌고서 한 바퀴 돌면서 소원을 빌어본다. 건강과 행복 그리고 통일.
여행 마지막 날. 시작과 마지막을 함께한 쿤밍에서 자연경관 두 곳, 구향 동굴과 석림을 둘러본다. 두 곳 모두 카르스트 지형으로 수억 년의 세월이 빗어낸 인간의 영역 밖의 예술 작품이다. 옥룡설산과 더불어 다시 한 번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갖게 한다.
쿤밍에서 시작하여 샹그릴라까지 천년 고도 차마고도를 더듬어 가는 여정이 순식간에 가버린 듯하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수개월이 걸렸으리라. 또한, 우리와 같은 낭만적인 여행이 아니라 목숨을 건 생존의 여정이었을 것이다. 죽음을 넘나드는 그들의 삶이 있었기에 오늘의 윈난과 티베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전반적으로 유익하고, 풍요롭고, 편리한 여행이었다. 여기에는 김문 현지 가이드와 최훈 인솔자의 힘이 컸다. 현지 가이드의 풍부한 역사적·문화적 설명은 둘러본 지역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인솔자는 매 순간 안전 도모는 물론 끼니마다 김치, 고추장, 김 등을 제공하면서 우리 입맛을 챙겼다. 심지어 중도 객잔까지 부식을 짊어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두 분 모두에게 크게 감사하다. 두 번째 혜초 여행. 다시 한 번 디테일이 강한 혜초의 힘을 느끼면서 다음 여행도 기약해 본다.
다음 문구로 여행 후기를 맺는다: “우워 자이 한꾸어 헌 시앙 닌”(한국에서 당신들을 매우 그리워한다)
안녕하세요, 혜초여행 중국팀 지가영 사원입니다.
우선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하시느라 바쁘신 와중에도,
7박 9일간의 운남성 여정을 생생하고 정성스럽게 기록해 주셔서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고객님의 글을 읽으며 저희 담당자들 또한 창산의 푸른 빛과 옥룡설산의 장엄함,
그리고 차마고도 길 위에 새겨진 마방들의 옛 숨결을 다시금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디테일이 강한 혜초의 힘을 느꼈다"는 칭찬의 말씀 감사드리며, 큰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현지에서 열정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여정을 풍성하게 채워준 김문 가이드와,
고객님의 편안하고 안전한 여정을 위해 중도 객잔까지 무거운 부식을 마다하지 않고 짊어지며 헌신했던 최훈 인솔자의 노고를
이토록 따뜻하게 격려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선생님의 감사한 마음은 잘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과거 마방들에게는 목숨을 건 생존의 길이었던 차마고도가 고객님의 깊은 시선과 성찰을 통해
더욱 가치 있는 '낭만의 여정'으로 재탄생한 것 같아 상품 담당자로서 깊은 보람을 느낍니다.
샹그릴라에서 마니차를 돌리며 기원하셨던 고객님의 건강과 행복, 그리고 평안이 늘 함께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보여주신 신뢰에 보답할 수 있도록, 다음 여정에서도 더욱 깊이 있는 감동을 드리는 혜초여행이 되겠습니다.
다음번 새로운 길 위에서 선생님을 다시 모실 수 있는 기쁜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작지만, 감사한 마음을 담아
혜초포인트 적립 도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