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
-
- 최유종
- 2026-08-03
- 출발일자 2026.07.25
[유류할증료 인상분 0원][오리지널의위엄] 캐나다 로키 트레킹 9일
"고귀하고 감동적인 웅장함에 있어서 내 생애 최고의 광경이었기에, 그저 반시간 동안 침묵 속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월터 윌콕스 (Walter Wilcox, 1899)
지독한 열대야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여전히 15시간의 시차를 거스르지 못한 몸의 고집 때문이었을까. 9일간의 캐나다 로키 트레킹을 마치고 돌아온 첫날밤, 우리 부부는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시각에 눈을 떴다. 눈을 감아도 잔상이 뚜렷해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던 까닭은, 빅 비하이브(Big Beehive) 정상에 서서 내려다본 레이크 루이스(Lake Louise)의 그 비현실적이고 오묘한 에메랄드빛 때문이었다. 시공간이 잠시 멈춘 듯한 신비로운 물빛은 귀국 후에도 여전히 마음속에서 일렁이고 있었다.
이번 여정은 10대부터 70대까지, 그야말로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연령대의 팀원들이 함께했다. 서로의 걸음걸이와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서로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조용히 다리를 건네고 속도를 맞춰주는 배려의 모습은 풍경만큼이나 깊은 울림을 주었다. 걸음의 속도는 달라도 같은 경관을 바라보며 나눈 미소는, 이 여정이 모든 연령대의 가족이 꼭 한번 도전해 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음을 증명해 주었다.
무엇보다 19명의 팀원 전원이 '날씨의 요정'이었던 덕분에, 여정 내내 로키는 파란 하늘과 맞닿은 최고의 절경을 허락해 주었다. 만만치 않은 현지 여건 속에서도 다채로운 이동 경로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애쓴 스태프들의 고충도 빛났다. 특히 열악한 환경 속에서 매끼 정성껏 준비된 점심 도시락은 매번 감동이었고, 길 위에서 서로 챙겨주며 나눈 간식거리는 출출함은 물론 출출했던 마음까지 따뜻하게 채워주었다.
혜초여행의 '난이도 3단계'다운 숨찬 일정의 연속이었지만, 짧고 강렬한 트레킹을 통해 로키의 알짜배기 비경만을 솎아낸 짜임새 있는 경로 구성은 굵고 깊은 잔상을 원하는 이들에게 단연 최고의 선택이었다.
이 완벽한 여정 뒤에는 숨은 영웅들의 맹활약이 있었다.
팀 전체를 장악하는 독보적인 아우라와 걸크러시로 우리를 무사히 인도해 준 '카리스마의 결정체' 윤경희 현지 가이드님,
한국어 성우 뺨치는 수준급 발음과 따뜻한 인품으로 대형 버스를 비단길처럼 운전해 준 '맘씨 좋은 베스트 드라이버' Joel,
그리고 현지 날다람쥐에 빙의해 산과 들을 제집처럼 누비며 팀원들을 밀고 끌어준 혜초의 서정덕 대리님의 노고에는 전율 어린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행복은 아득히 멀리 있는 목적지가 아니라, 발끝에서 한 걸음씩 피어나는 순간들의 합이었다. 로키의 거대한 고봉과 호수들이 그려낸 풍경은 내 마음속 지도를 넓혀주었고, 이 기억은 오래도록 삶의 페이지마다 짙은 에메랄드빛 향기로 남아있을 것이다.